‘문 앞에 걸어둘게요’ 믿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판매자
비대면 거래 노린 신종 사기
“계좌로 돈만 보내주시면 아파트 문고리에 물건 걸어둘게요.” 믿고 싶었다. 동네 인증도 되어 있었고, 재거래율도 100%였다. 심지어 신분증까지 보냈다. 그러나 결과는 ‘잠적’이었다.
인천의 한 20대 청년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495만원을 송금했다가 판매자에게 당했다. 문고리 거래를 믿었던 그 순간, 돈은 이미 사기꾼의 손으로 넘어가 있었다.
‘재거래 100%’에 속았다…믿음 악용한 정교한 수법
연합뉴스 보도 및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접수된 피해 신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피해자 A씨는 당근마켓에서 B씨라는 인물과 아이폰16 프로맥스 거래를 시도했다. 거래는 비대면으로, 일명 ‘문고리 거래’ 방식이었다.
B씨는 돈을 입금하면 주소를 알려주고, 문고리에 물건을 걸어두겠다고 했다. A씨는 B씨의 재거래 희망률 100%, 지역 인증 정보 등을 보고 별다른 의심 없이 165만원을 송금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B씨는 추가로 사업자 계좌라는 이유를 들어 입금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총 3차례, 같은 금액을 재송금하도록 유도했고 결국 A씨는 총 495만원을 보내게 됐다.
거래 상대방은 쇼핑백에 물건을 넣어 문고리에 걸어둔 사진까지 전송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송금 후, B씨는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그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계정도 빌려 쓰는 신종 사기…전국 피해 확산
문제는 이 사기 수법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는 온라인 대화방을 개설해 추가 피해자들을 찾았고, 불과 일주일 만에 64명이 모였다. 피해 금액만 1,700만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었고, 거래 품목도 상품권, 그래픽카드, 닌텐도 등 다양했다. 이는 조직적으로 계정과 수법을 공유하거나, 대여 계정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사기범은 돈을 주고 당근마켓 계정을 빌리는 방식으로 ‘깨끗한 거래 이력’을 위장했다.
실제로 A씨는 상대방이 신분증까지 보냈기 때문에 안심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증이나 신분증 역시 위조 가능성이 있다”며 “중고 거래 시 문서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문고리 거래, 여전히 안전한가…피해 막는 법은
‘문고리 거래’는 코로나19 이후 유행한 비대면 중고거래 방식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그 익명성과 간편함이 오히려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수법은 허위 주소를 알려준 뒤 돈을 입금받고 연락을 끊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중고거래지만, 내막은 정교한 심리전이다. 실제로 거래 내역, 인증 배지, 재거래율 같은 ‘신뢰지표’는 대여나 조작으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중고 거래 시 직접 대면 거래, 믿을 수 있는 중개 플랫폼 이용, 신분증만으로 판단하지 않기, 고액 거래 시 소액 테스트 입금 등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이상 징후가 있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자 간 정보 공유로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문 앞에 걸린 쇼핑백 하나에 수백만 원이 사라지는 시대. 익숙한 플랫폼, 편리한 거래 방식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