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곤충이 불러온 세차장 황금기

자동차 앞 유리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새까맣게 덮으며 하늘을 수놓던 러브버그가 플로리다 주민들에게는 매년 반복되는 공포의 존재였다.
봄철과 가을철, 러브버그가 대규모로 출몰하는 시즌이면 고속도로와 도심은 순식간에 곤충의 사체로 뒤덮였고, 운전자들은 불가피하게 매일같이 ‘곤충 제거전’을 치러야 했다.
유리창과 차체를 덮은 러브버그 사체는 햇볕에 구워지며 산성을 띠어 차량 도장을 부식시키고, 라디에이터를 막아 엔진 과열까지 불러왔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천적’이었다.

그러나 이 러브버그는 뜻밖에도 미국 플로리다 지역 세차장 사업의 황금기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러브버그 시즌이 되면 현지 세차장은 특수를 누렸다. 매일같이 차량을 세차하지 않으면 자동차 외관 손상은 물론, 차량의 성능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플로리다에서 러브버그 개체수는 급격히 줄어들며 과거의 영광은 옛 이야기가 됐다. 플로리다대 곤충학자 노먼 레플라 박사는 “2023년 봄에는 단 한 마리의 러브버그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2024년에도 몇 마리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주민들 역시 “어린 시절 경험한 러브버그 떼가 이제는 전설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세차장들도 이젠 러브버그 특수 대신 다른 수익원 확보에 골몰해야 하는 상황이다.

러브버그 개체수 급감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후 변화로 플로리다의 기후가 변하고 봄철 가뭄이 빈번해지면서 유충 생존에 악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도시화로 인해 유충이 자라던 썩은 식물 유기물이 풍부한 목초지나 삼림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거에는 러브버그의 천적이 거의 없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울새, 메추라기, 잠자리, 거미 등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개체수 조절에 기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러브버그는 본래 중앙아메리카에서 유입된 외래종으로, 1940년대 멕시코만을 통해 미국에 상륙했다. 특유의 짝을 지은 채 나는 모습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었고, 모기를 없애기 위해 유전 조작된 곤충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런 러브버그를 둘러싼 논쟁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출몰한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시민들의 불쾌감을 유발하며 해충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서울 시민 설문조사에서 86%가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면 해충으로 느껴진다”고 응답했고, 바퀴벌레, 빈대에 이어 ‘보기만 해도 싫거나 무서운 곤충’ 3위에 올랐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거나 병을 옮기지 않으며, 꽃가루받이를 도와 생태계에 기여하는 점에서 생태학적으로는 익충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대량 발생하면 자동차에 달라붙어 운전에 방해가 되고, 사체가 건축물이나 차량을 부식시키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며 해충으로 인식되어 논란에 중심에 섰다.
플로리다의 러브버그 떼가 세차장 호황을 이끈 과거처럼, 한국 역시 러브버그 논란 속 여러가지 도시 방역법이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익충과 해충의 경계는 늘 인간의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의 방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